이가을의 영상詩
[스크랩] 오래된 종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4. 5. 31. 09:20
오래된 종
이가을
남자친구는 늙은 종이다
뎅 뎅 소리로 울릴 때면
푸른 녹내가 퍼진다
늙은 종과 음악 얘기를 할 때는
샹송이나 칸초네 까지는 괜찮다
오래된 가요얘기를 하면
푸른곰팡이에 녹내까지 추가 된다
뎅 뎅
그러나 늙은 종은
결코 낡은 것이 아니다
그는 무섭도록 무겁기까지 하다
늙은 종이 세상을 깨치며 울려 퍼진다
누에고치처럼 한 번 풀리면
그의 종소리는 법전이 되어
벌거벗은 삶들에게 옷을 입힌다
뎅
뎅
오늘도 늙은 종은 울려 퍼진다
그렇게 늙은 남자친구가 멋져 보이는 건
푸르게 녹이 난 그의 상처가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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