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런거리던 저녁 해
어스름할 무렵이면 주문처럼
밥 짓기 싫다는
아버지의 눈물샘이 부풀려 진다
어둠이 싫어 불빛을 토해내던 집들
하나 둘 눈을 감고
엄마까지 깊은 잠에 든 시간
펜 길 내던 아버지 입술 붉은 여인과
말語로 하얀 길 달리다가
끝내 네모 난 감옥에 철컥 갇혔다
푹푹 내쉬는 한숨에
쉰밥처럼 푸석해진 얼굴로
구깃구깃 허기 진 종이 밥을
잔뜩 지어 놓았다
그런 날 아침, 어머니는
수북하게 쌓인 종이 밥을 불살라
아침밥 짓는
아버지의 옆자리가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