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귀향수첩 - 오양호

시인 이가을 2014. 6. 1. 23:22


 
             귀향수첩 
                             오양호
             나는 돌각담 모퉁이가 싫다.
             굴참나무 숲 속 뻐꾸기 울음도 싫다.
             그 속으로 떠난 순이 때문이다.
             열 아홉 사촌 누부야 시집가던
             동구 앞 길
             오늘은 만취한 개나리가 옷자락을 잡는다.
             (어 니도 늙었네.
             우리 소시적 적삼 벗고 딩굴던 저 산소 등에서
             다시 한판 붙을까, 그 씨름)
             다 떠나버린 종가댁
             앞뜰에
             하마 어머니의 흰 치마가 뒤안에서 돌아들 듯한데
             바람만 기웃기웃 사랑(舍廊)을 엿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