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사는 섬
이가을
저기 그 남자가 사는
섬 자락에는
바다가 되려고 눈 먼 억새가 산발을 한다
먼 바다를 걸어 온 바람 속에서
내 갈색 영혼이 서걱 일 때
물관이 말라가는 억새의 비밀한 주소를
한나절 서둘러 가슴에 옮긴다
때로는 뭍을 때리는 묵상이었다가
파도의 기도였다가
신들린 무희처럼 비틀거린다
몸부림치는 억새는
그렇게 그리다 말라가는
뼈 시린 몸으로
온종일 섬 노래만 부른다
먼 바다에 까치놀처럼
쏴 아 쏴아 그리움을 쓸어 모으며
신열 오른 파랑에
내 몸은 갈 빛이 된다
눈길이 툭 떨어지는 먼 바다 끝에
내가 만든 섬 하나
그 남자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