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홍합국이 구수한 이유 - 최을원
시인 이가을
2014. 6. 2. 06:46
홍합국이 구수한 이유
최을원
질퍽한 시장판, 가마니에 홍합 부려 놓은 깡마른 사내가 돌아서는 아주머니의 등을 후려쳤습니다 휘둘리는 머리채, 홍합 몇 개의 힘으로 주먹이 날고, 홍합 몇 개의 힘으로 신음 꼭 다문 아주머니, 호기심들만 둘러서고 어린 아들은 발 동동거리고...놀랍게도 흥정은 다시 시작되고 결국 홍합 몇 개 더 챙긴 아주머니는 고맙다는 인사까지 건네주고 떠났습니다
도시의 참빗질에 쓸려 나온 가랑니 같은 철거민들의 대단지
산모가 애를 삶아 먹었다는 소문은 떠돌고
가장들이 새끼줄에 꿴 연탄 한 장
국수 한 다발로 귀가하는 저문 풍경 속으로
누런 달은 뜨고
어느 루핑 지붕 아래 차려질 때늦은 식사
비로소 떨어질 한 어미의 눈물 속에서
찰랑이는 숟가락들 위에서
저녁은 모처럼 풍성하고 하염없이 구수할 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