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돌멩이로 말하기 - 박남희

시인 이가을 2014. 6. 4. 14:57

 

 

 

 돌멩이로 말하기

                      박남희

 

 

  한 낮을 뜨겁게 태우던 저녁 강이

  해에게 말하듯

  불이 물에게, 물이 불에게 작별 인사할 때는

  물같이도 불같이도 말하지 말기

  꼭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바람을 버리고 떠나는 쓸쓸한 계절을 향해

  작별인사 하는 법을 몰라 눈물이 날 때

  말하지 않아도 단단한 말,

  듣지 않아도 외롭지 않은 말

  꼭 돌멩이처럼 말하기

 

  돌멩이는 몸 전체가 입이라서

  하루 종일 떠들어댈 것 같지만

  입 하나 있는 것이, 그것도 벙어리라서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하고 다만

  무겁게 안으로만 말을 한다는데,

 

  사랑아, 네가 나에게 마지막 말을 할 때는

  그립고 보고 싶어

  자꾸만 목이 메여와도

  꼭,

  돌멩이처럼만 말하기

 

  아니, 아니,

  왈칵, 눈물이 나도

  그냥,

  돌멩이로 말하기

 

월간 『시문학』 2013년 3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