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의 영상詩

[스크랩] 품 파는 남자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4. 5. 31. 09:28

        품 파는 남자 이가을 비 오는 날 아침 빗물 번지는 창가에 서서 내 남자가 세상에 젖고 있다 갑자기 유리창에 물기 번지듯 눈이 흥건하게 젖어 오는 남자 때로는 빗물같이 무너지기도 하고 홍조 띄며 잘 웃기도 하는 남자 어느 날 헌 책방에서 자신보다 더 오래된 책을 들고 길을 찾던 남자 어쩌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카사비앙카 칸초네를 들으며 종일 이 노래만 듣고 싶다는 남자 그러나 짐승소리 내며 끙끙 앓다가도 품 팔러 나갈 때는 생기를 찾는 남자 오늘도 내 남자의 푸른 면도자리에서 봄기운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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