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의 영상詩
4시의 여자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4. 6. 27. 21:04
4시의 여자
이가을
서창에 걸린 햇살이 무릎에 앉아
추억을 한 올 한 올 뜨개질 한다
향혼의 나비가 나래를 접은 꽃 속에
그렇게 붉은 시간의 톱이 자란다
스스로 순결을 잃을 때마다
알몸을 읽어 내려가는 우울한 여자
밥물처럼 슬픈 남자가 미끄러진다
오라, 겹으로 쌓인 고독한 영혼아
긴 팔에 매달린
나무의 아스라한 이파리들아
그리다 멍 든 다크서클에
충혈 된 너의 붉은 눈동자가 반짝인다
온기 잃어가는 햇살의 힘을 옮겨
오후 4시에 술병을 따는 여자
노을이 시름시름 아파온다
갈망 없이 취해가는
베란다 난 꽃 속에
그녀가 붉게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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