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그해 겨울 강구항 - 박미자

시인 이가을 2014. 12. 5. 14:17

 

 

그해 겨울 강구항

                               박미자



극(劇) 끝난 화면처럼 다 쓸린 해안선 따라
더 이상 참지 못해 안부 묻는 비릿한 초설(初雪)
복숭뼈 아려오도록 길을 모두 감춘다

흰 이빨 드러낸 파도 밤새 기침 해대고
사연 낚는, 집어등 즐비한 환한 횟집
화끈히 불붙는 소주로 동파의 밤 데워간다

가출한 갈매기 떼 돌아오는 아침이다
풍향계 돌려대는 바람은 신선하고
풀리는 뿌연 입김에 인화되는 흑백 한 컷


-2009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