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실려가는 나무 - 나희덕
시인 이가을
2014. 12. 6. 14:32
실려가는 나무
나희덕
풀어헤친 머리가 땅에 닿을락 말락 한다
또다른 생(生)에 이식되기 위해
실려가는 나무, 트럭이 흔들릴 때마다
입술을 달싹여 무슨 말을 하는 것 같다
언어의 도끼가 조금은 들어간 얼굴이다
오래 서 있던 몸에서는
자꾸만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고
기억의 부스러기들이 땅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걸 받아 적으며 따라가다가
출근길을 놓치고 길가에 부려진 나는
나무 심는 인부의 뒷모습을 보았을 뿐이지만,
나무 모르게 그 나무를 따라간 것은
덜컹덜컹 어디론가 실려가면서
언어의 도끼에 다쳐본 일이 있기 때문일까
어떤 둔탁한 날이 스쳐간 자국,
입술을 달싹이던 그 말들들 다시 읽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