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버지의 종이밥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5. 5. 1. 14:22

 

 

아버지의 종이밥

                                             이가을

 

 

어둠이 무서워 불빛을 삼킨 집들이

하나 둘 눈을 감고

엄마까지 깊은 잠에 든 시간

펜 길 내던 아버지 미색美色의 여인과

지면紙面을 달리다가

끝내 붉은 감옥에 갇히셨다

 

아버지의 한숨소리에 밤은 깊어지고

쉰밥처럼 푸석해진 얼굴로

구깃구깃 허기 진 종이밥을

고봉으로 지어놓으셨다

 

그런 날 아침, 어머니는

종이밥으로 아침밥을 지으시며

(그래도 네 아버지의 옆자리가

아주 따뜻하다)시며

아궁이의 불빛마냥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