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어머니의 뒤란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5. 5. 19. 18:21

 

 

뒤란

                                         이가을

 

가슴 속 곱게 묻어 두었던

어머니의 곰삭은 간장항아리

그곳에 얼굴을 들이밀면

까무잡잡한 일곱 살 계집애가

시방도 살고 있다

물빛바람이 수시로 불어

장독대 위로 감꽃 쌓이던 날

어머니는 실에 꿰어 목에 걸어주고

꼬맹인 아이들과 벌쭉 웃으며 동네를 달렸다

으스름 해 기울면

엄지 검지 둥글게 모아

목걸이 꽃 하나씩 동무들과 빼 먹었지

그 아이 이제 중년이 되어

빨강 노랑 천 조각 쥐어주던

연둣빛 삼회장저고리의 어머니를 찾는다

당신 사연이 겹으로 쌓인

어머니의 장독대

그 뒤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