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스크랩] 품 파는 남자

시인 이가을 2014. 5. 31. 13:31

 

 

 

품 파는 남자 / 이가을

 

 

비 오는 날 아침

빗물 번지는 창가에 서서

내 남자가 세상에 젖고 있다

갑자기 유리창에 물기 번지듯

눈이 흥건하게 젖어 오는 남자

때로는 빗물같이 무너지기도 하고

홍조 띄며 잘 웃기도 하는 남자

어느 날 헌 책방에서

자신보다 더 오래된 책을 들고

길을 찾던 남자

어쩌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카사비앙카 칸초네를 들으며

종일 이 노래만 듣고 싶다는 남자

그러나

짐승소리 내며 끙끙 앓다가도

품 팔러 나갈 때는

생기를 찾는 남자

 

 

오늘도 내 남자의 푸른 면도자리에서

봄기운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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