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파는 남자 / 이가을
비 오는 날 아침
빗물 번지는 창가에 서서
내 남자가 세상에 젖고 있다
갑자기 유리창에 물기 번지듯
눈이 흥건하게 젖어 오는 남자
때로는 빗물같이 무너지기도 하고
홍조 띄며 잘 웃기도 하는 남자
어느 날 헌 책방에서
자신보다 더 오래된 책을 들고
길을 찾던 남자
어쩌다 오늘처럼 비오는 날이면
카사비앙카 칸초네를 들으며
종일 이 노래만 듣고 싶다는 남자
그러나
짐승소리 내며 끙끙 앓다가도
품 팔러 나갈 때는
생기를 찾는 남자
오늘도 내 남자의 푸른 면도자리에서
봄기운이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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