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의 영상詩

[스크랩] 낙타봉 산마루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4. 5. 31. 09:20


 
낙타봉 산마루
              이가을
해지는 낙타봉산마루를
어머니는 오늘도
무릎으로 오르신다
붉은 양수로 물 든 산이
산홋빛 점 하나로 다가온다
굳은살 박힌 시간의 돌짝에
찢기고 휘청거려도
어머니가 아니고는 넘지 못 할
저 낙타봉 산마루길
병상의 행간에 깜빡 손 놓은 순간이면
매미유충처럼 처절한 몸부림치시는 어머니
그 몸속에 멍투성이인 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침대 한쪽에 팔 묶이고도
뼈아픈 새끼하나 달래느라
빈주머니에 연신 손을 넣으신다
행여 드센 바람에 머리털 한 올 상할까
두 손 모아 뜨겁게 어루만지신다
어이해 내 등짝으로 떠받지 못하여
차가운 침대가 자식노릇을 한단 말인가
몇 가닥 남지 않은 생의 끈을 움켜쥐고
해지는 낙타봉 마지막 산마루를
어머니는 오늘도
무릎으로 오르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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