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스크랩] 폭설

시인 이가을 2014. 5. 31. 13:28

 

폭설

       이가을

 

갯벌처럼

누운 어둑한 거리

만삭의 흰 꽃들은

지상으로 내려와 몸을 푼다

굶주려 수척해진 바람

옷고름 풀어 풍만한 젖을 물고

여인의 뽀얀 속살 위로

첫 밤을 맞는

정갈한 달빛이 누웠다

긴 허리를

두 번 묶어야 하는 밤

솜이불 덮는 소리

그칠 줄 모르며

누덕누덕

실밥 터진 세상을 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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