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스크랩] 낙타봉 산마루

시인 이가을 2014. 5. 31. 13:42

낙타봉 산마루

                 이가을

 

해지는 낙타봉산마루를

어머니는 오늘도

무릎으로 오르신다

붉은 양수로 물 든 산이

산홋빛 점 하나로 다가온다

굳은살 박힌 시간의 돌 짝에

찢기고 휘청거려도

어머니가 아니고는 넘지 못 할

저 낙타봉 산마루길

병상의 행간에 깜빡 손 놓은 순간이면

매미유충처럼 처절한 몸부림치시는 어머니

그 몸속에 멍투성이인 내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침대 한쪽에 팔 묶이고도

뼈아픈 새끼하나 달래느라

빈주무니에 연신 손을 넣으신다

행여 드센 바람에 머리털 한 올 상할까

두 손 모아 뜨겁게 어루만지신다

어이해 내 등짝으로 떠받지 못하여

차가운 침대가 자식노릇을 한단 말인가

몇 가닥 남지 않은 생의 끈을 움켜쥐고

해지는 낙타봉 마지막 산마루를

어머니는 오늘도

무릎으로 오르신다.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