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이 나사다
하린
하청에 하청을 거듭할수록
본체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사내들이
자취방에 모여 라면에 소주를 마시며
음란비디오를 보던 밤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욕이 나온다
씨발로 시작해서 좆도로 끝나는 환각제 같은 배설물이
밤하늘 가득 사정되고 서러운 별들은 촘촘해진다
매혹적인 망사스타킹의 여자
아! 신음소리 까지도 친절하다
더 이상 체위는 신선하지 않고
떠난 애인들만 머릿속에서 지쳐간다
그렇게 욕구불만의 밤은 섣부른 발기로 졸아 들고
꿈속에선 CF 속 여자 배우와 자동기계가 되어 섹스를 한다
에어컨을 선전하며 바람을 매번 일으키는 인기 절정의 여자
그녀가 재생시키는 웃음의 값은
이십년 동안 결근 한번 안하고
나사를 박아야 하는 질긴 시간의 값이다
하루 종일 이천 개도 넘는 수나사가 암나사와 만난다
나사들은 화려한 디자인에 갇혀 죽었고
생각은 모두 단순화되어 규격 박스 안에 담긴다
더러는 조인 나사를 풀고 싶어 떠났던 녀석도 있다
조금 더 안쪽의 중심부품으로 살아 보겠다고
차선을 자꾸 변경하다 다시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옥탑방 구석에 버려진 소주병 같은 녀석들
그 녀석들 다 돌아와 라면에 소주를 마시고 포르노를 본다
온몸이 전부 나사인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 청산가리 사내들
신나를 들이 붓고 싶은 밤을 지난다
하린 시인
1971년 전남 영광 출생.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8년 〈광주매일〉신춘문예 시 당선
2008년 <시인세계> 시 당선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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