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을의 영상詩

[스크랩] 그 남자가 사는 섬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4. 5. 31. 09:26

    그 남자가 사는 섬 이가을 저기 그 남자가 사는 섬 자락에는 바다가 되려고 눈 먼 억새가 산발을 한다 먼 바다를 걸어 온 바람 속에서 내 갈색 영혼이 서걱 일 때 물관이 말라가는 억새의 비밀한 주소를 한나절 서둘러 가슴에 옮긴다 때로는 뭍을 때리는 묵상이었다가 파도의 기도였다가 신들린 무희처럼 비틀거린다 몸부림치는 억새는 그렇게 그리다 말라가는 뼈 시린 몸으로 온종일 섬 노래만 부른다 먼 바다에 까치놀처럼 쏴 아 쏴아 그리움을 쓸어 모으며 신열 오른 파랑에 내 몸은 갈 빛이 된다 눈길이 툭 떨어지는 먼 바다 끝에 내가 만든 섬 하나 그 남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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