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가 사는 서강에는
이가을
수척한 얼굴로 물 위에 앉아
흐늘거리는 빈 배에서
여울지던 녹슨 세월을 본다
깡 깡 고추바람 부는 날은
비염을 앓다 비음으로 혼잣말 하고
눈발 강물로 뛰어들 때는 허연 뼈 드러낸 채
터지는 울음도 속으로 삭여야 했다
눈 순하게 뜬 바람 마른가지 비비며
현 조율하던 강 언저리
봄빛에 선 나무는
툭 불거진 관절에도 작작히 꽃을 피웠다
사월의 살 냄새 실린 꽃잎
하르르하르르 날아와
긴 기다림에 까무룩 하던 빈 배에게
꽃잎 옷을 입히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데
흔들며 흔들리며 앞으로 간다
머지않아 힘줄 파릇할 나뭇잎들
왁자지껄 수런거릴 한낮
해에게서 헐레벌떡 놀러와 너스레 떨 빛살은
강물에 선 채 끄덕끄덕 졸고
물빛도 검푸르게 짓무를
오월,
푸른달 납시기만 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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