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냉장고, 요실금을 앓다 안오일 닦아내도 자꾸만 물 흘리는 냉장고 헐거워진 생이 요실금을 앓고 있다 짐짓 모른 체 방치했던 시난고난 푸념들 모종의 반란을 모의 하는가 그녀, 아슬아슬 몸 굴리는 소리 심상치 않다, 자꾸만 엇박자를 내는 그녀의 몸, 긴 터널의 끄트머리에서 슬픔의 온도를 조율하고 있다. 뜨겁게 열받아 속앓이를 하면서도 제 몸 칸칸이 들어찬 열 식구의 투정 적정한 온도로 받아내곤 하던 시간의 통로 어디쯤에서 놓쳐버렸을까 먼 바다 익명으로 떠돌던 등 푸른 고등어의 때 연하디 연한 그녀 분홍빛 수밀도의 때 세월도 모르게 찔끔찔끔 새고 있다. 입구가 출구임을 알아버린 그녀의 깊은 적요가 크르르르 뜨거운 소리를 낸다, 아직 부끄러운 듯 제 안을 밝혀주는 전등 자꾸 꺼버리는 쉰내 나는 그녀의 아랫도리에 화려한 반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