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봉평 장날 - 문효치

시인 이가을 2014. 12. 5. 13:28

 

봉평 장날 / 문효치  
 
이제 장날은
달빛도 멀리 지나가 버리는
빛 바랜 커다란 사진처럼
펼쳐져 있을 뿐이다.
 
딱히 사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는
사진 속에서
간간히 장사꾼의 호객 소리가 들린다.
 
충주댁은 서울로 이사가
상가 빌딩의 사장이 되었고
허생원은 미국으로 이민 가서
큰 주유소를 한댔다.
 
봉평장은 이제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도
신나는 구경거리도 없다.
 
다만 길섶에 내려
잠시 젖은 몸을 말리던
 
추억 한 자락
몸 털며 일어서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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