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빈 배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5. 5. 19. 18:51

 

 

 빈 배 
                                 이가을

너는 잎 맥 같은 기다림의 고리하나로
밤 짐승처럼 울었다
기웃거리는 겨울비에 그렇게 젖어 울었다
네가 떠난 자리에 호수 하나 생겨나면
그 호수가 나라는 걸 너는 알까 
내 눈가에 겹겹이 자란 푸른 이끼를 만지며
마른버짐 번진 낙엽이 되어 몸을 말고 살았다
우리가 알던 강기슭에
노숙하던 배처럼 너를 기다렸다
허방 짚고 자맥질하는 빗줄기에
허기진 동그라미로 너의 얼굴을 그렸다
또 다른 빗방울의 파동이 너를 지울 때
그림자마저 젖은 저녁까치가
풀씨하나 내 가슴에 떨어트리고 가버렸다

햇살 좋은 날
혈관을 타고 붉은 피돌기가
내 젊은 날의 심장에서 푸른 너를 길어 올렸다
몇 몇 별밤이 달아난 서늘한 가슴에
소름 돋는 이별이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홧홧하게 번지는 너의 그리움만 남을 때
사랑의 헐거운 모습을 비껴나
노숙하던 배가 서서히 뱃머리를 돌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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