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양파
이가을
삼복과 동안거를 지나
다시 초하初夏로
엉덩이 무르도록 어지간히 에돌았다
외진 삶의 언저리에서
시간을 켜고 있는 살빛의 그리움들
비집고 나가려 꼬물거리는 새끼 여럿
아등바등 세상으로 밀어내고
단단했던 살집이
어머니의 늙은 젖가슴마냥 물컹하다
겹으로 된 축축한 속살을 열면
쭉정이로만 써 놓은 사랑의 암호문에
파르르 떨던 속눈썹이 흠씬 젖는다
물러 쪼그라진 자궁에서 나와
신나서 하늘을 우러르며
연둣빛으로 재잘거리는 저들
계절이 햇볕의 서체로 짠
짙푸른 문장의 옷을 입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