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22.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 안도현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 22. 한 편의 시가 완성되기까지 6월의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다. 나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었다. 간밤의 숙취로부터 채 헤어나지 못해 머리는 지끈거렸고, 뱃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그 날은 모처럼 별다른 약속이 없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놀 ..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21. 퇴고를 끊임없이 즐겨라 / 안도현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 21. 퇴고를 끊임없이 즐겨라 잘 알려져 있다시피 ‘퇴고’라는 말은 당대의 시인 가도(賈島)의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閑居隣竝少(한거린병소) 가까운 데 이웃이 적어 한가로운데 草徑入荒園(초경입황원) 풀숲의 길은 황량한 들판으로 들어가네. 鳥宿池邊樹(..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20. 없는 것을 발명하지 말고 있는 것을 발견하라 / 안도현 안도현의 시와 연애하는 법 / 20. 없는 것을 발명하지 말고 있는 것을 발견하라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바꿔보면, 가장 중요한 진실은 사막의 우물처럼 어디엔가 숨어 있다는 것이고, 그것을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19.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 19. 단순하고 엉뚱한 상상력으로 놀아라 비유는 일상적 언어 규범에서 일탈해 새로운 의미를 형성하는 언어 용법이다. 은유·직유·제유·환유의 뒷글자인 ‘유’(喩)는 ‘말하다’는 뜻의 ‘구’(口)와 ‘옮기다’라는 뜻을 가진 ‘유’(兪)의 결합이다. 즉 비유란 말의 원래 뜻을 옮겨 ..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18.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 안도현 18. 가슴으로도 쓰고 손끝으로도 써라 “살 것인가, 아니면 죽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라고 외친 햄릿의 고민은 펜을 들고 백지 앞에 앉은 시인의 고민이기도 하다. 시를 써야겠다는 그 순간부터 시인은 햄릿처럼 고민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꿈과 현실 사이에서, 집단과 개인 사이에서..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17. 시 한 편에 이야기 하나를 앉혀라 / 안도현 17. 시 한 편에 이야기 하나를 앉혀라 비탈진 달동네 개똥이네 집 지붕이 비만 오면 샌다거나 공장에 나가는 순이의 얼굴이 핼쑥하다는 이야기조차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때가 있었다. 1970년대가 그랬다. 표현의 자유란 애초에 없었으므로 눈앞에 벌어지는 참담한 현실에 대해서도 침묵..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16. 창조를 위해 모방하는 법부터 익혀라 / 안도현 16. 창조를 위해 모방하는 법부터 익혀라 / 안도현 ‘본뜨다’라는 말이 있다. 무엇을 본보기로 삼아 그와 같게 하거나 흉내내어 그대로 따라 한다는 뜻이다. 미술시간이나 무슨 공작물을 만들 때 곧잘 쓰는 말이다. 떠야 할 본(本)을 문자나 행동으로 따라 하는 일을 모방이라고 한다. 또 ..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15. 행과 연을 매우 특별하게 모셔라 / 안도현 15. 행과 연을 매우 특별하게 모셔라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김소월, <가는 길> 일부) 이렇듯 절묘하게 우리의 전통적 율격인 3음보를 활용하던 시절은 차라리 행복했다. “송홧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14. 제목은 시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14. 제목은 시쓰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는 음식점을 고를 때 간판을 유심히 보는 편이다. 간판에 적힌 상호, 간판의 크기, 글자체, 디자인에 따라 그 음식점의 역사와 음식의 맛을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조’라는 말이 붙어 있으면 일단 의심한다. 역사성의 과잉이거나 후.. 시론, 시창작 2014.05.31
[스크랩] 13. 형용사를 멀리 하고 동사를 가까이 하라 / 안도현 13. 형용사를 멀리 하고 동사를 가까이 하라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가 쓴 동시 한 편을 읽어보자. 어느 어린이 글짓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한다. 이 동시를 쓴 아이에게는 참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이런 유형의 동시를 보면 화가 난다. 한숨이 절로 쏟아진다. 이 동시를 쓴 아.. 시론, 시창작 2014.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