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詩

고추밭 - 안도현

시인 이가을 2014. 12. 6. 15:57

고추밭

                             안도현



어머니의 고추밭에 나가면
연한 손에 매운 물든다 저리 가 있거라
나는 비탈진 황토밭 근방에서
맴맴 고추잠자리였다
어머니 어깨 위에 내리는
글썽이는 햇살이었다
아들 넷만 나란히 보기 좋게 키워내셨으니
진 무른 벌레 먹은 구멍 뚫린 고추 보고
누가 도현네 올 고추 농사 잘 안 되었네요 해도
가을에 가봐야 알지요 하시는
우리 어머니를 위하여
나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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