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그 남자가 사는 서강에는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5. 4. 18. 18:41



남자가 사는 서강에는

                                                          이가을

 

수척한 빈 배에서

여울지는 녹슨 세월을 본다  

깡 깡 고추바람 부는 날은

비염을 앓다 혼잣말 하고

눈발 강물로 뛰어들 때는

허연 뼈 드러낸 채

울음도 속으로 삭여야 했다

 

순한 바람 마른가지 비비며

현 조율하던 강 언저리 봄빛에 선 나무는 

툭 불거진 관절에도 작작히 꽃을 피웠다

사월의 살 냄새 실린 꽃잎 날아와

기다림에 까무룩한 배에게

꽃잎 옷을 입히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데

흔들며 흔들리며 앞으로 간다

머지않아 힘줄 파릇할 나뭇잎들

수런거릴 한낮

헐레벌떡 놀러와 너스레 떨 빛살은

강물에 선 채 끄덕끄덕 졸고

물빛도 검푸르게 짓무를

오월, 푸른달 납신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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