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크리스마스
이가을
달려만 가는 세월이 무얼 알랴
우수사려 없을 계절은 만물을 키우고
그리움도 키운다는 걸
세월은 또 어찌 알랴
생전에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수수꽃다리 봉오리가
일 년을 걸어와 눈물처럼 매달렸다
이파리 하나 깨물었더니
서러웠는지 그 맛도 갱그락 이다
오늘 밤엔 빨간 자루양말을
손에 쥐고 잠들어야지
산타가 수신할 신록카드에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꾹꾹 눌러 적어야지
그러면 하늘나라에 계신 우리엄마를
밤을 달려서라도 모셔올 테지
어둠을 밀어 낸 아침이 눈을 뜨면
웃음 지으며 내려다보실
우리엄마를 만날 수 있을 게다.
* 우수사려 憂愁思慮 - 근심과 시름에 차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
갱그락 - 예전 어른들이 사용하던 말로 알약 그것도 쓴 알약을 말함 (오픈국어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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