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종로 밤바다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9. 8. 5. 02:14

종로 밤바다 - 이가을


그을음 같은 어둠이

구석구석 알을 슬어놓는 밤

시간의 체위體位는 섬 마냥 꿈쩍 않는다

가까이서 철썩일 파도의 소매를 끌고 싶지만

어둠이 싫은 도심都心은 어둠의 옷을 입고도

유리파편처럼 쏟아지는 불을 밝혔다

누덕누덕 계절병 앓는 거리에

원죄原罪로 허물 벗은 플라타너스가

바람의 젖을 물고 구멍 뚫린 말을 중얼 거린다

한 뼘씩 젊어진 눈바람이

말言이 되고 싶어 전속력으로 달린다

짧은 생성과 소멸이 반복하던 눈발에

무릎걸음이던 게으른 삼월은

터지고 헤진 삼동三冬을 지나

계절의 행간을 홑이불처럼 덮고 있다

길바닥에 널브러진 침묵의 언어 읽으려

불빛 끌어안은 청계천변을 걷는다

부스스한 바람 스치는 자리마다

까르르 미쳐서 쏟아질


네모난 붉은 방에서

낯 선 말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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