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가을의 詩

빈배2 - 이가을

시인 이가을 2015. 6. 9. 06:31

빈 배 2
                                이가을

 
바람도 강도 술렁이던 날
홀로 호올로 강변에 닿더니

목새, 흙이랑 위로 넝쿨손 뻗어

제 몸을 묶는 외로운 이파리 하나
일어선 물비늘에 밀려온 어둠이

웅크린 뱃전을 쓰다듬고
강물의 움푹한 눈자위로

거꾸로 잠긴 산이 말뚝잠에 들었다
밤 지나 내려온 달 이야기

받아 적다가 그예 다 적지 못한 사연들은

마저 가슴에 끌어 안는다
허우룩해서 수척한 빈 배는
아픈 이별에도

좀처럼 제 설움을 말하지 않는다
다 주지 못해 서럽던 사랑이

안타까이 주억이고
빈 배, 퀭한 눈망울만

어둠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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