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종이밥 - 이가을 아버지의 종이밥 이가을 어둠이 무서워 불빛을 삼킨 집들이 하나 둘 눈을 감고 엄마까지 깊은 잠에 든 시간 펜 길 내던 아버지 미색美色의 여인과 지면紙面을 달리다가 끝내 붉은 감옥에 갇히셨다 아버지의 한숨소리에 밤은 깊어지고 쉰밥처럼 푸석해진 얼굴로 구깃구깃 허기 진 종이밥.. 카테고리 없음 2015.05.01
오월의 크리스마스 - 이가을 오월의 크리스마스 이가을 달려만 가는 세월이 무얼 알랴 우수사려 없을 계절은 만물을 키우고 그리움도 키운다는 걸 세월은 또 어찌 알랴 생전에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수수꽃다리 봉오리가 일 년을 걸어와 눈물처럼 매달렸다 이파리 하나 깨물었더니 서러웠는지 그 맛도 갱그락 이다.. 시인이가을의 詩 2015.05.01
미운 엄마 - 이가을 미운 엄마 이가을 엄 마 엄마 아~ 어라, 우리엄마 불러도 대답 없네 엄마, 대답은 못 해도 들을 순 있지? 있잖아 한 달만 우리 집에 오면 안 될까? 그럼 보름은 보름도 안 돼? 그럼 일주일은 일주일도? 엄마는 왜 안 된다고만 해 이제 돼 해 응? 돼 해봐 알았지? 자꾸 거절하니까 나 목이 아프.. 시인이가을의 詩 2015.04.30
어떤 죽음 - 이가을 어떤 죽음 이가을 아침나절 홀연히 부고를 받다 봄 한 철 잇고 꿰매고 수놓아 화드득 핀 봄꽃들이 바람의 채근에 하르르하르르 죽고 있다 슬퍼 몸으로 우는 나뭇가지들 저 꽃들에게 초록피를 수혈하고 싶다. 시인이가을의 詩 2015.04.27
꽁초를 쓸다 - 이가을 꽁초를 쓸다 이가을 희붐한 어둠을 툭툭 차며 팔십 생을 쓸고 계신 아버지 싹싹 세월의 각질을 쓸어 가신다 골 진 빗자루 자리가 원을 그릴 때마다 말 못하는 굽은 등이 소처럼 뒤뚱거린다 그립고 괴로울 때마다 담배꽁초를 문지르며 끝내 무릎으로 살아온 삶 이제는 어린 자식들 뚝뚝 떼.. 카테고리 없음 2015.04.27
목련 - 이가을 목련 이가을 문득 목련꽃 망울을 바라보다 나는 아홉 살이 되었네 하루 이틀 너도 나도 봄바람에 취해 자고 나니 스무 살이 되었네 아 다시 또 해 뜨고 달이 지니 어느덧 저 목련꽃 망울도 쉰둘이되었네 나는 깜짝 놀라 가슴을 와락 움켜쥔다. 시인이가을의 詩 2015.04.27
내가 4월이라면 - 이가을 내가 4월이라면 이가을 실밥 터진 솔기 꿰매고서야 4월은 오는 구나 하늘 아래 햇살의 눈빛은 그윽하고 초록 바람은 나뭇가지마다 생살을 찢는다 왁자한 산천 옮겨가는 불길은 수줍던 나의 가슴을 다 불태우고 숨겨놓은 비밀한 나뭇가지마저 깨운다 진달래야 화르르 화르르 타오르다 끓.. 시인이가을의 詩 2015.04.27
문자 메시지 - 이문재 문자 메시지 이 문재 형, 백만 원 부쳤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야. 나쁜 데 써도 돼. 형은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이잖아 이웃의 詩 2015.04.21
빈집 - 이의웅 빈집 이의웅 산간에 버려진 빈 집 흙먼지 속 발자국은 어지러이 흩어지고 한줌 인적조차 없다 팽팽했던 거미줄도 늘어져 덩그렁 껍데기만 있는 알 몸 바람 앞에 견디는 세월의 무게를 본다 사람은 집을 버려도 집은 사람을 버릴 수 없어 눈비 속에서도 처연히 서 있는 모습 떠나간 사람 .. 이웃의 詩 2015.04.20